지브리 애니메이션을 극장에서, 그것도 라이브 무대로 본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큰 경험이었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과연 이걸 무대에서 어떻게 구현하지?”라는 걱정을, 시작 10분 만에 싹 지워버린 작품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무대 전환과 세트였다.
탕 집, 온천장, 신들의 세계가 회전 무대와 입체적인 세트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데
애니 속 장면을 억지로 따라 한 게 아니라,
무대라는 공간에 맞게 아주 영리하게 재해석했다는 느낌이 강했다.
특히 가오나시가 등장하는 장면은
조명과 움직임만으로도 분위기를 압도해서
객석 여기저기서 “와…” 하는 탄성이 나왔다.

이번 공연은 일본어 원어 공연인데,
자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정 전달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일본어 특유의 리듬과 억양이
지브리 세계관이랑 너무 잘 어울려서 몰입도가 훨씬 높았다.
애니메이션에서 익숙했던 테마 음악들이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흘러나올 때는
괜히 코끝이 찡해지는 순간도 있었다.

이 공연에서 가장 놀라웠던 사실 중 하나.
유바바 역 배우가 바로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유바바와 제니바를 연기했던 ‘나츠키 마리’ 성우라는 점.
목소리가 극장에 울려 퍼지는 순간
“아… 이건 그냥 유바바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캐릭터와 배우가 완벽하게 겹쳐 보였다.
단순한 오마주 수준이 아니라
원작의 상징성을 그대로 무대 위로 끌고 온 캐스팅이라서
지브리 팬이라면 이 부분에서 한 번 더 감동할 수밖에 없다.

치히로는 여전히 울고, 도망치고, 실수하지만
그 과정 하나하나가 무대 위에서는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아이에서 스스로 선택하는 존재로 성장해 가는 모습이
대사와 동작, 노래로 쌓이면서
마지막엔 자연스럽게 응원하게 된다.
“이건 애니메이션의 복제가 아니라
또 하나의 완성된 ‘센과 치히로’였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작품이 또 있을까 싶다.
공연이 끝나고 나오면서도 한동안
현실로 돌아오기 싫었던, 그런 무대였다.

📍 공연 장소: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 관람 포인트: 무대 전환, 오케스트라 음악, 유바바 역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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